#46번째 책『퀀트(Quant)』퀀트 실무자들의 퀀트에 대한 이야기
최근에 읽은 책입니다
꽤 도움이 되는 내용들 많았습니다.
인상 깊었고, 기억에 남기고 싶은 구절들을 옮겨봤습니다.
참고로 이전에 퀀트에 관한 책 한 권을 리뷰한 적이 있는데요.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네요.
2020/05/15 - [독서 연구팀/재테크] - #37번째 책『퀀트전략 파이썬으로 세워라』
퀀트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논문이나 도서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Quality minus Junk'라는 논문이 있어요. 어떤 기업이 정말 좋은 기업인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어요.
가볍게 읽을 만한 책으로는 <돈의 물리학>을 추천해요. 금융 분야에서 계량적인 사고방식이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지 소설처럼 풀어낸 책입니다.
-p35 PERSON 01 퀀트는 원칙을 지킨다. 남용수 자산운용사 퀀트운용팀장
일반 개인 투자자도 퀀트 투자를 활용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회사에서 활용하는 퀀트 모델의 투자 대상도 코스피 200으로 한정되어 있어요. 롱숏페어를 맞추기 위해 공매도를 해야 하는데, 다른 종목들은 공매도가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크거든요.
제가 퀀트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개인 투자자라면 성장률은 높은데 부채는 없고, 턴어라운드 해서 꾸준히 좋은 수익을 내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설정해서 퀀트 모델을 실행해 볼 거예요. 컴퓨터 코드만 실행하면 되니 손해 볼 것이 없잖아요.
제가 직접 퀀트 모델을 사용해 글로벌 주식을 조사해봤더니 인도네시아에 있는 땀방 바뚜바라 부낏 아쌈(Tambang Batubara Bukit Asam)이라는 종목이 나왔어요. 어이없죠(웃음).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회사인데, 이런 식으로 수많
은 투자 기회를 발견할 수 있어요. 흔히 떠올리는 전통적인 액티브 편드 매니저들은 이런 주식에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어요. 인도네시아에 땀방 바뚜바라 부낏 아쌈이라는 종목이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거죠. 애당초 투자 기회가 없는 거예요. 퀀트 모델이라는 용어가 너무 포괄적 이면 주식 선택 모델이라고 용어를 바꿔서 접근해 보면 개인 투자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죠. 저는 개인 투자자도 퀀트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주장해요.
롱숏 페어링(Long-short pairing): 매수를 의미하는 롱전략(Long-strategy)과 매도를 의미하는 숏전략(short-strategy)을 복합적으로 구사해 둘 이상의 투자상품(또는 투자 종목)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투자 수익 창출 전략을 의미한다.
공매도(Short-sale):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 시세차익을 내기 위한 전략이다. 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자산을 차입해 매도한 후 결제일 이전에 다시 매수하여 매입자에게 갚아야 한다.
턴어라운드(Turn around): 구조조정•조직개혁•경영혁신을 통해 실적 개선 등이 이루진 넓은 의미의 기업 회생을 뜻하는데, 주식시장에서의 '턴어라운드'는 실적이 크게 개선돼 주가가 상승하는 기업을 말한다.
개인 투자자 또는 이제 막 투자론을 배우기 시작한 학생의 입장에서 전문가들이 어떤 도구를 사용해 권트 모델을 개발
하고 있는지 궁금할 것 같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엑셀로도 개발이 가능한지, 아니면 더 정교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
워야 하는지요.
이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어요. 굳이 답하자면 '다다익선'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많이 알면 알수록 좋죠.
다만 글로벌 6만 개 종목을 전부 분석하려면 '엑셀'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해요. 인도네시아에 있는 이름 모를 주식을 찾아낸 것도 파이썬과 SQL을 함께 사용했기 때문에 기능했어요. 일일이 회사 정보를 찾지 않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정보를 긁어 오게 하려면 웹 스크래핑 기술이 필요하죠. 엑셀로 작업하려면 한국에 있는 회사로 한정 지어도 한국거래소(KRX)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각 회사 정보를 긁어 외아해요. 3천 번 긁어 올 수 있겠어요? 프로그래밍 언어를 안다는 의미는 사고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뜻이에요. 엑셀만 사용하면 엑셀이 제공하는 기능에 사고가 한정돼요. 투자 기회 획득과 사고 범위 확장의 측면에서 아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나이가 어릴수록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일단 알아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면 좋아요. 뒷북칠 확률이 낮아집니다.
파이썬이나 R이요. 오히려 엑셀 VBA는 외워야 하는 함수나 기능이 많잖아요. 파이썬이나 R은 체계적인 데다가 쉬운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어서 문과생도 사용하기 어렵지 않아요. c언어처럼 메모리 할당을 하거나 컴파일 같은 귀찮은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제자 중에 문과 출신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현재 저와 함께 일하는 친구가 있어요. 처음에는 엑셀도 제대로 못 다루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엄청난 도사가 됐어요. 컴퓨터공학 전공자 입장에서 보면 그 친구의 코딩은 제계가 없어요. 하지만 금융권에서 필요한 코딩 수준이 30% 정도라면 그 친구는 이미 35%의 실력을 갖췄어요. 충분하죠. 대부분은 10%도 안되거든요. 저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뿐 아니라 웹 페이지도 만들고 게임도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필요가 없다는 말이에요. 35%면 충분해요. 나머지 시간은 투자 공부에 쏟으면 돼요.
다만 그 35%는 엑셀 공부만으로는 절대 못 채워요. 근처도 못 가요. 백테스팅을 한다고 했을 때 엑셀 VBA를 엄청 잘 다루는 사람도 데이터를 모으는 데만 두세 시간이 걸려요. 파이썬 웹 스크래핑 코드와 SQL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면 간단한 모델은 5분도 안 걸리죠. 한 사람은 5분 걸려 백테스팅을 하는데, 다른 사람은 세 시간 동안 데이터 모으기만 하는 거예요. 효율성에서 차이가 엄청나죠. 더 과장해서 말하면 엑셀로 일주일 걸릴 작업이 프로그래밍으로는 두세 시간이면 끝나요. 퀀트 분석에서는 시행착오(Try and error)를 많이 해 보는 사람이 전문가예요. 최신 논문이 나왔을 때 본인이 직접 구현하는 속도도 달라지죠. 논문 내용이야 결국 머릿속에서 휘발되기 마련이니 얼마나 많은 논문을 직접 구현해 보는지가 중요하다면 프로그래밍 모델 구현의 효율성이야 말할 것도 없죠.
-p52 PERSON 02 퀀트는 필연이다 한태연 자산운용사 PDI팀장
퀀트를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아직 국내보다는 해외 자료의 질이 더 좋아요. 국내 도서에는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라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이 많아요. 결과가 다르게 니을 수도 있잖아요. 이런 표현은 좋지 않거든요. 책의 경우 학술적인 내용도 어느 정도 포함되어야 해요. 학자들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결과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거든요. 이런 학술적인 면에서도 국내 도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결과가 이렇게 잘 나왔어요' 하는 식의 내용이 많아요.
반면 외국에는 배경 설명이 잘 나와 있는 책이 꽤 있어요. 대표적으로 김대환 교수님(7장 인터뷰이)의 <Quantitative Equity Portfolio Management: An Active Approach to Portfolio Construction and Management>가 있습니다. 유명하죠. 그리고 어스위스 다모다란(Aswath Damodaran) 교수님의 저서인 <투자 철학(Investment hilosophies: Successful Strategies and the Investors W110 Made Them Work)>이 있어요. 권트와 직접 적으로 관련된 책은 아니지만, 왜 퀀트적인 접근이 필요한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Quantitative Momentum: A Practitioner's Guide to Building a Momentum—Based Stock Selection System>라는 책도 처음에 접근하기 좋은 책이에요.
-p70 PERSON 02 퀀트는 필연이다 한태연 자산운용사 PDI팀장
퀀트 투자를 한글로 번역하면 계량 투자입니다. 말 그대로 숫자를 사용한 정량적인 기법이죠. 현업에서는 정량적인 분
석과 정성적인 분석 비중이 어떻게 나뉘나요?
흔히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요. 권트를 사용할 때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말이 안 되죠.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 고민하는 순간부터 주관이 개입되죠. 매니저가 좋아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수가 정성적인 판단이 개입돼요. 수많은 재무제표 항목 중에서 특정 요소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정도 주관적이고요. 의사결정 과정이 정량적이지 이외의 부분에는 정성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이런 맥락에서 금융에 관한도메인 지식이 더욱 중요합니다. 정량적인 부분만 처리하면 기술자가 되고 정성적인 분석을 아우르면 리더가 돼요. 흔히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많은 양의 데이터를 딥러닝 모델에 때려 넣으면 좋은 결괏값이 나을 것이다'예요. 오히려 어떤 요인을 사용할 것 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p85 PERSON 03 퀀트는 수익률도 판단하지 않는다 이현열 보험 데이터 애널리스트
탑다운, 바텀업 방식 모두 퀀트와 접목할 수 있나요?
탑다운 분석은 자산배분에 많이 사용돼요. 주식과 채권에 어느 비중으로 투자금을 분배할지 큰 그림을 그리는데 적용되죠. 바텀업은 특정 자산 내에서 개별 증권을 선택할 때 적용되고요. 사실 롱숏(Long-short) 전략을 추구하면 별 차이가 없다고 봐요. 아무리 시장이 안 좋아도 좋은 주식은 매수하고 나쁜 주식은 매도하는 로직이니까. 롱 온리라면 또 다르죠. 아무리 좋은 주식을 매수해도 금리에 따라서 주식 시장이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우리나라는 환율의 영향력이 크기도 하고요. 롱 온리에서는 자산 별로 매크로 변수가 정말 중요해요.
롱리(Long-only):주식이 나 채권 등을 산 뒤 오를 때까지 보유하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p89 PERSON 03 퀀트는 수익률도 판단하지 않는다 이현열 보험 데이터 애널리스트
보험사에서 사용하는 비정형 데이터의 종류라고 하면 어떤게 있을까요?
요새 보험 업계에서도 챗봇을 도입하고 있잖아요. 자연어 처리(NLP)을 적용할 수 있죠. 중국평안(中國平安) 보험사에서는 이미 인공지능 기술을 실무에 적용하고 있어요.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진을 찍어서 보험사에 보내면 손해율이 어느 정도이고 수리비가 얼마나 청구될지 이미지 인식 기술을 사용해서 분석해 주죠. 보험 설계사를 채용할 때도 지원자의 음성이나 태도를 머신러닝 기술로 파악해 면접을 진행해요.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사람이 처리하긴 힘들거든요. 이런 형태로 비정형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데이터 핸들링(Data handling): 주어진 본래 데이터를 분석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하고 가공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인간의 언어 현상을 컴퓨터와 같은 기계를 이용 해서 모사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구현하는 인공지능의 주요 분야다.
인공지능 기술이 세계적으로 크고 중요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금융 업계에도 도입되있는데, 어떤 식으로 활용되고 있나요?
트레이딩 단계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거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매매 패턴을 찾는데 활용하죠. 운용사가 팩터 투지를 진행할 때 어떤 팩터에 얼마큼의 비중을 배정할 것인지 정할 때 사용하기도 하고요. 개 인적으로 운용 단계에 도입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시계열이 길어질수록 인간군상의 개입 비중이 커지는데, 이를 인공지능이 예측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노이즈(Noise)가 들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아직은 보조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퀀트가 실제 투자 성과를 높이는 데 유효한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성과가 안 좋을 때마다 퀀트의 유효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나 투시그마(Two sigma Investments LP)와 같은 해외 사례를 보면 꾸준하게 돈을 버는 퀀트 운용사가 많아요. HFT로 유명한 점프 트레이딩(Jump traiding, LLC)은 1년 중 손해 보는 날이 이틀밖에 안 된다고 하고요.
헤지펀드를 조사해 보면 대부분 퀀트를 사용해요. 반면 국내 시장에서 퀀트의 성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역사가 짧아요.
퀀트라고 하지만 액티브 운영을 한다거나, 규제가 많아서 HFT 도입이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고요.
여러 외부 요건으로 인해 권트 운용에 영향을 받는군요.
2017~2018 년은 모든 권트 운용사가 낙담했던 시기예요.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고 이후에 북한과 미국,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거 아닌지 걱정하는 소리가 많았어요. 한 국가의 대통령이 내뱉는 한마디에 주식 시장이 출렁이니까 권트고 뭐고 도저히 대응을 할 수가 없는 거에
요. 수십 년간 수익을 내던 권트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한 번에 망가졌으니까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세한 변동이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오죠.
-p90~92 PERSON 03 퀀트는 수익률도 판단하지 않는다 이현열 보험 데이터 애널리스트
퀀트로 일할 때 가져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 역시 중요할 텐데요.
금융업 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꼼꼼해야 해요. 실수 한 번에 몇억 원씩 날아가니까. 숫자를 꼼꼼하게 보는 능력이 필요해요. 저도 검산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제가 도출한 결괏값을 믿지 않았어요. 계속해서 다시 계산했죠. 특히 프로그래밍을 할 때도 한 번에 돌아가면 잘못된 코드라고 봐요(웃음). 디버깅이 일상이 되고 며칠 동안 지속되니까 지루한 작업을 견디는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투자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무덤 덤함이 중요해요. 퀀트는 로직에 따라 진행되 니까 가끔은 수익률이 왜 오르고 떨어졌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이런 부분에 너무 집중하면 본인이 구축한 프로그램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기도 해요. 그래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야 돼요. 지속적으로 트렌드를 살펴보고 논문도 읽어야 하니까.
금융 산업의 특성상 돈에 대한 가치관도 중요한데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나요?
안 쓰면 수익률 100%라는 생각을 갖고 있요. 재무론 기초에 나와요. 왜 투자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가?
지금 쓰는 돈의 효용을 포기하고 투자함으로써 얻는 가치잖아요. 현재 가치가 미래 가치보다 싼 이유죠. 주변 사람들에게 왜 투자하냐고 물어보면 대박 내서 빨리 은퇴할 거라고 해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돈을 대하면 빨리 망하더라고요. 점점 소위 말하는 '몰빵' 투지를 하게 되고요.
우리가 왜 돈을 모으고 투자를 하는지 생각해 보면 편한 노후를 위해서예요.
목표 지점을 노후로 잡으면 느리지만 안정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필요 없는 것에 돈을 쓰지도 않을거고요.
마음 편하게 투자하려는 의도가 퀀트 투자를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p100~102 PERSON 03 퀀트는 수익률도 판단하지 않는다 이현열 보험 데이터 애널리스트
퀀트가 한국에 처음 도입되면서 국내 시장의 상황에 맞게 변해 왔습니다. 한국형 권트는 해외 시장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한국형 퀀트라는 표현을 사용해 보자면 아쉽게도 시장의 크기가 크지 않아요. 퀀트 부석 퀀트 투자 모두 역사가 짧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도 적고 관련 인프라도 부족하죠. 분석이나 투자 수준은 아무래도 선진 시장보다 뒤처져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떤 산업 분야든 마찬가지예요. 패션, 요리, 기계 등 분야마다 뛰어난 수준을 보유하는 지역이나 국가가 따로 있잖아요. 투자 분야에서는 미국이 선진국이기 때문에 퀀트도 더 발전한 거죠. 미국은 1970년대부터 GDP 성장률이 이미 3%대로 떨어지면서 금융 자산 위주로 자산관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보다 대략 20년 정도로 더 빠른 수준이죠. 전문가가 조언하고 투자하는 증권업, 자산운용업이 성장하는 환경을 갖췄고, 소비자가 몰리면서 발전을 지속해 왔죠.
우리나라에서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초중반이에요. 15년 정도밖에 안 됐죠. 미국의 피터 린치(Peter Lynch) 같은 유명한 편드 매니저가 활동했던 시기를 생각해 보면 1980년대였고, 제시 리버모어(Jesse Lauriston Livermore)는 1900년대 초에 활동했어요. 100년 전에 이미 공매도를 했고 기술적 분석을 이용해서 돈을 벌었어요. 우리나라 전문가들의 실력이 떨어져서 뒤처졌다기보다는 신흥국 시절 급격한 산업 성장을 경험하고, 구조적으로는 부동산에 많은 자금이 몰리면서 일반 분야가 충분히 발달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현대적인 자산운용업, 증권업, 뮤추얼 편드 운용 경험은 15년 이하인 거죠. 그중에서도 퀀트는 뒤늦게 꽃 피운 분야다 보니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보편화
되지 않았어요. 특히 뮤추얼 펀드가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특히 뮤추얼 펀드가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더디다 보니 주식형 펀드 성장세가 함께 주춤했어요. 2000년대 후반에 공모 편드 기준으로 150조권 규모였다가 지금은 70조원 이하로 반토막이 됐거든요. 안 그래도 편드 시장이 주춤하는 상황이라 권트가 성장하기 어려운 여건이었죠.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퀀트 기법으로 운용하는 전문 운용사의 숫자는 적을 수 밖에 없어요.
그래도 최근 로보 어드바이저나 패시브 ETF 투자가 각광받고 있기도 하고, 하락하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롱숏 전략 등이 대두되고 있어요. 권트 분야의 발전 기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아직 전문가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덜할 수 있어요. 진입장벽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본인의 노력에 따라 미래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거예요.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계량 투자, 알고리즘 매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투지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따라가고 있거든요. 한국에서도 권트 시장이 커지고 전문가들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10년 전에 이미 '퀀트의 시대가 올 거야' 라는 말을 선배들에게 들었지만 퀀트의 시대가 안 왔어요(웃음). 하지만 다가오는 10년은 다를 거예요.
저금리, 저성장을 필두로 뉴 노멀 시대가 온 현재 시점에서 퀀트 분야가 자산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처음 퀀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기존 금융의 대안적인 느낌을 받는데, 사실 금융 자체가 퀀트예요. 금융은 모두 숫자로 이루어지잖아요. 모든 금융인이 어느 정도는 퀀트가 되어야 해요. 퀀트의 영향력을 논하기에 앞서,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해야 합니다. 리스크 관리를 하든 주식을 선별하든, 시장을 분석하든 숫자를 계산하고 통계적으로 추정해야 하잖아요. 퀀트 분야라면 신입 사원이라도 계량적인 분석 능력을 기본 소양으로 갖추고 있어야 해요. 물론 금융 내 일부
분야에서는 계량적인 숙련도가 낮아도 문제없을 수 있어요. 다만 투자 분석이나 운용을 하는 애널리스트나 펀드 매니저라면 반드시 퀀트 능력을 키워야 해요.
해외 리서치 센터의 퀀트가 아닌 일반 직원이 작성한 보고서만 봐도 퀀트의 기본적인 분석 들이 녹아 있어요. 전문적인 퀀트는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까지 다루고요.
경제 현상은 너무나 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명의 똑똑한 개인이 모두 예측할 수 없고, 확률적인 접근법을 가지고 대비를 해야 돼요. 이때 사용하는 계산은 인간이 암산으로 풀 수 있는 수준이 당연히 아니겠죠(웃음). 특히 자금의 규모가 큰 연기금이나 보험사라면 더 중요해지고요. 개인 투자자라면 기준 없이 투자했더라도 위기가 왔을 때 바로 매도하고 시장에서 빠져나을 수 있지만, 수십조 원을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는 그렇게 대응할 수 없으니까요. 사전에 미리
계량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는 거죠.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할 거 같은 종목을 골라서 투자하는 개념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돼요. 말 그대로 자산관리죠. 큰 손실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자신의 성향에 알맞은 수익을 얻는 것이 자산관리의 목적이라면, 전문적인 관리를 기능하게 해 주는 역할을 퀀트가 담당하는 거예요.
퀀트의 부정적인 면은 없다고 보면 돼요. 다만 트레이딩 영역에서 퀀트 투자가 알고리즘 매매와 비슷한 성격으로 사용되면서 시장에 비슷한 전략이 많이 통용되면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요. 가령 동시에 팔자 주문이 쏟아지면 플래시 크래시가 나타나는 거죠. 미국처럼 퀀트 투자가 발달한 시장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플래시 크래시가 발생하거든요. 일반적으로 알고리즘 모델을 설계할 때 설계자가 본인이 사고파는 행위는 시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가정하고서 외부 환경 대응에만 집중하기 때문이죠. 몇몇 조건에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급격하게 키울 위험은 있습니다.
방금 이야기 나눈 바와 같이 계량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분야이다 보니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일반인들이 권트 투자에
직접 접근할 수 있을까요?
쉽지 만은 않아요. 그럼에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꼭 말하고 싶어요. 어느 분야나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가장 마음 편하죠. 위험한 발언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금융 역사와 경험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전문가도 실수를 할 수 있어요. 전문가들끼리도 서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 상품 약관 보면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고 써 놓잖아요.
전문가의 역할은 조언과 자료 제공에 국한될 뿐이고, 결국은 투자자가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거예요. 꼭 권트가
아니더라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배우다 보며 힘든 과정이 아니라 즐거운 과정이 될 거예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죠.
오히려 가치투자나 일반 기업 분석이 더 어려울수 있어요. 기본 분석 들을 공부하는 데에도 오래 걸리고, 배운 이후에도 새로운 산업 이나 트렌드를 계속해서 익혀야 하거든요. 위런 버핏이라고 해도 내년에 새로 투자하려고 하면 내년 상황에 맞는 산업 트렌드를 공부해야 합니다. 권트가 아닌 일반 투자야말로 평생 정성적인 평가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게 느껴질 수 있어요. 권트와 같은 규칙 기반 투자는 정성적인 판단이 없더라도 주식이 움직 이는 패턴을 분석해 투자하기 때문에, 전략을 만드는 과정은 힘들 수 있어도 이후에 관리하고 운용할 때는 힘들지 않아요. 퀀트를 배
우려고 할 때 갑자기 수학, 통계가 등장해서 막막할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적용하려는 퀀트 투자 수준이라면 중고등학생 수준의 균형 잡힌 통계 지식만 있으면 충분해요.
특히 20, 30대라면 앞으로 50년 이상 자산 관리를 해야 하는데 1, 2년 공부에 투자하는 노력이면 엄청 어려운 일도 아니죠.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갑작스러운 붕괴'란 뜻으로 금융상품의 가격이 매우 짧은 기간 내 폭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p117 PERSON 04 퀀트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강봉주 증권사 퀀트 애널리스트
전문 금융 분야로 진로를 탐색하는 입장이라면 또 달라집니다. 취업이나 이직, 전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할 말
이 있을까요?
재무나 회계에 대한 기본 지식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해요. 회계원리랑 투자론 기초에 대한 수업을 한 학기 씩만 들어도 기본기는 다질 수 있어요. 또 수학, 통계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죠. 해외 서적이나 실무를 통해 배워도 되긴 해요. 사실 아직은 체계적으로 커리큘럼이 정립된 수업이 없는 실정이에요. 정리해 보자면 재무, 회계 지식 30%, 직접적인 퀀트 지식은 700%가 필요합니다. 퀀트에도 여러 영역이 있어서 재무나 회계 지식 없이도 일할 수 있는 분야가 있기는 해요. 다만
데이터 기반 분석과 이론 기반 분석으로 나누니 봤을 때 전자로 쏠리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어요. 투자에 대한 학습이 되지 않은 데이터 분석기를 데리고 와서 데이터를 분석하라고 하면 황당한 실수를 할 여지가 있죠.
기본적인 회계, 재무 지식은 갖추어야 합니다.
현업에서 장단기 금리차의 의미, 중국의 경제 성장률 추이처럼 큰 크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면 돼요. 퀀트로 일하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을 한 단어 한 단어 뜯어 본다든지, 소비지물가지수(CPI)를 구성 종목별로 분석하는 경우는 없거든요. 그래서 편하고 재밌어요. 경제의 큰 그림을 그려본 다음에 투자 집행을 위한 계량적 인 모델링에 집중하니까요.
거꾸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보통 퀀트를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하거든요. 반대로 퀀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무나 회계적으로만 접근하면 저 같은 사람은 숨 막혀서 못할 거예요. 지속적으로 정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거든요. 셰일가스, 사물인터넷, 5G 등 끝도 없이 등장하는 이슈를 가끔씩 뉴스로 보면 재밌지만, 이를 토대로 비계량적 인 의사결정을 매일 해야 한다면 정말 어려울 거예요. 그렇게 되면 분석 결과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아지고, 퀀트는 처음부터 숫자로 접근하기 때문에 재무적인 당위성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 발생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요.
퀀트 전문가들은 시장 순응적 이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를 토대로 계량 모델을 사용해 최종 투자 결과만 결정하면 돼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FOMC minutes): 미국 연방공개시 장위원회 정책 결정 회의 2주 후에 공개되는 상세 기록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으며 향후 금리 결정에 대한 단서를 얻는 데 주로 활용된다.
소비자물가지수(%nsumer Price Index): 가정이 소비하기 위해 구입하는 재화와 용역의 평균 가격을 측정한 지수다. CPI의 변동률로 인플레이션을 측정할수 있다.
-p120 PERSON 04 퀀트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강봉주 증권사 퀀트 애널리스트
퀀트 투자라고 하면 말 그대로 정량적인 분석이 주를 이를텐데요. 그렇다면 정성적인 분석은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며, 정량 분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도 경력이 짧았을 때 실수했던 부분 중 하나가 퀀트 관련 의사결정과 비(非)퀀트 의사결정을 이분법적으로 나눴던 거예요. 기능한 한 많은 부분을 퀀트로 치환해서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거나 지적 우월감을 느끼는 퀀트들이 꽤 있는데 조심해아 합니다. 어떤 모델을 사용할지 결정하는과정에서 이미 본인의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습관이 영향을 미치거든요. 결국 퀀트를 하더라도 여러 가지 형태의 정성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는 뜻이에요. 모델의 선택뿐 아니라 주문 방식의 선택, 시장의 선택에서 정성적인 판단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어요. 어떻게 하면 정성적인 의사결정을 편견 없이 수행할수 있을지 연구하는 노력이 퀀트에게 더 필요할수 있죠. 자신도 모르는 새 최신 데이터에 더 가중치를 둔다든지, 소수의 데이터를 가지고 일반화한다든지,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만 가지고서 큰 의미를부여한다든지, 과해서 얻은 데이터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한다든지 인간이라서 실수하는부분이 생기거든요. 인지과학이나 심리적 편향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 됩니다.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인간의 마음과 동물 및 인공적 지적 시스템(artificial intelligent systems)에서 정보처리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p123 PERSON 04 퀀트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강봉주 증권사 퀀트 애널리스트
가격 분석 퀀트 분야에서는 초단기 가격 패턴을 수학적으로 찾아내는 방법을 사용해요. 가격 분석 퀀트는 추세추종형, 평균회귀형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어요. 추세추종형은 말 그대로 가격의 추세를 찾은 다음, 그 추세에 따라 움직 이는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이에요. 주식보다는 외환이나 상품 트레이딩에 더 적합하죠. 가격 이 순간적으로 과도하게 오르거나 내릴 때 평균에 회귀하려는 추세를 사용해 투자하는 전략이 평균회귀형 이고요. 관련 있는 두 자산의 가격 괴
리를 사용한 페어 트레이딩 기법도 있습니다.
페어 트레이딩(pairtrading): 상관관계가 높은 두 금융 상품을 대상으로 동시에 한 상품을 매수하고 또 다른 상품을 매도해서 적은 위험으로 확실한 수익을 얻는 시장 중립적인 매매 방법이다.
-p127 PERSON 04 퀀트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강봉주 증권사 퀀트 애널리스트
일반적으로 퀀트가 알고리즘 매매와 겹치는 영역이 있다 보니 고빈도 매매(HFT) 역시 의미 있는 주제죠. 국내 현물 시
장에서는 거래세 등으로 인해 아직 HFT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상당한 거래액이 HFT로 진행되
고 있습니다.
현재 선물, 옵션 등 우리 나라 파생상품 시장에는 총 거래의 70%가 알고리즘 매매로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어요. 현물 시장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HFT는 전혀 없다고 보면 돼요. 언론 기사에서는 HFT라는 용어가 자극적 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비쳐서 의미 구분 없이 사용하는데, 용어의 정확한 정의를 먼저 알아야 돼요. 엄격한 의미의 HFT는 1/1000초 단위로 거래가 진행되고 호가 주문을 냈다가 취소하는 비율이 90% 예요. 허수 주문인 거죠. 매수와 매도 주문을 함께 넣었다 빼면서 한쪽으로 주가가 쏠리면 빨리 따라붙거나 미끼 주문을 내고서 다른 알고리즘을 속이는 형태를 취하죠. 거래세가 0%인 투자자만 할 수 있는 전략이에요. 초단기로 매수, 매도 주문을 내면서 아주 작은 수익을 얻기 때문이죠. 거래세가 5bp, 10bp만 매겨져도 구사하기 힘들어요. 우리나라 주식 현물 시장 거래세는 오랫동안 30bp였다가 얼마 전에 25bp로 줄어들었죠.
그럼에도 엄정한 의미의 HFT가 아니라 넓은 의미의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이루어지긴 해요. HFT처럼 하부에 수천, 수만 번까지는 아니지만 수백 번 거래하는 소위 중빈도 매매 업체가 이미 국내로 들어왔고 앞으로 더 많은 업체가 들어올 거예요. 아직 현물 시장에 0.25%라는 거래세가 후하지만 금융 당국에서도 점차 거래세를 인하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결국 거래세를 0%로 만드는 방향으로 가겠죠. 주식 거래로 손해를 보는데도 거래세를 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Basis point(bp): 금리 또는수익률을나타내는기본단위로 100분의 1%를 뜻한다.
-p135 PERSON 04 퀀트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강봉주 증권사 퀀트 애널리스트
요즘에는 모델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미국 주식 시장의 경우 전체 거래의 80%가 알고리즘에 의해 거래된다고 말할 정도로 모델 리스크가 더 중요해지고 있죠. 일반 권트 모델의 경우 기존의 시장 상황이 일정 기간 유지될 것이리는 가정을 내포해요. 시장 상황이 바뀌면 모델을 시장 상황에 맞게 수정해 줘야 하고, 제때 수정이 되면 리스크가 감소하는 거죠. 정기적으로 모델을 점검하는데, 문제는 사람이 점검하다 보니 사람의 편향이 개입돼요. 시장이 변했는데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예요(웃음). 인공지능의 학습 기능이 대안이 될 수 있어요. 매번 발생하는 시장 상황을 학습하며 시시각각 모델을 맞춰 갈 수 있어요. 사람이 월말에 정기적으로 검토했는데 월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리드 관리를 할 수 없잖아요. 핀테크 분야에서는 모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인공지능이 유효하고, 해외에서도 점점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추세입니다.
반면 단점도 있어요. 인공지능은 고차원 함수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시장에 대해 매번 학습하지만 고차원 함수로 분석이 이뤄지다 보니 사람이 이해하기 쉽지 않아요. 뜯어 봐도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죠. 인공지능의 학습 기능이 장점인 동시에 블랙박스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단점 이 되는 거예요. 양날의 검이죠. 학습을 하더라도 시장에 적합한 상대이지 확신을 가지기 쉽지 않아요. 인공지능 엔진을 만들 때는 시장에 대해 이해한 후 설계해야 하고 수많은 검
증이 필요해요. 모델을 이용하는 전문가도 전제 내용을 이해한상태여아 효과적으로사용할수 있습니다.
-p160~161 PERSON 05 퀀트는 개인화를 추구한다. 박원정 은행 퀀트 연구위원
비단 퀀트뿐 아니라 금융 시장 전반에 효율적시장가설 (EMH)에 대한 논의가 많습니다.
EMH와 행동재무학이 서로 치고받으면서 발전한 것이 지난 금용 역사라고 봐요. 행동재무학은 시장에 비이성적인 특성이 존재하니 비정상을 찾아내면 투자할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는 반면, EMH는 중장기적으로 비정상은 정상으로회귀되어 없어지니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죠. 액티브 펀드 운용자는 행동재무학의 입장을 내세우겠죠. 어떤 의견이 맞는다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양극단의 입장이 존재했기 때문에 금융 분야가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봐야해요.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이 더 높아요. 하지만 저는 인덱스 편드의 수익률이 항상 더 우월하다고 보지는 않아요. 패시브 펀드의 운용 보수가 낮기 때문에 평균 수익률이 높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50년 이상 길게 투자하지는 않잖아요. 짧게 보면 2년, 길게 보면 5년 투자한다고 보면 액티브 펀드가우월한 경우도 존재하거든요.
퀀트를 공부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자료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자료가 있어요. 2013년에 발표된 'Buffett's Alpha'라는 논문이죠. 액티브 편드 매니저로 가장 유명한 위런 버핏을 권트 관점에서 해석한논문이라 의미 있게 봤어요. 변동성이 낮고 퀄리티가 좋은 종목 을 선별해서 투자하면 위런 버핏과 유사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결론이에요. 논문에 나온 논리를 가지고 개별 종목을 직접 분석해 봤어요. '논문으로 발표된 거니까' 하고 믿어 넘기지 않고 직접 검증하면서 도메인 지식을 쌓았죠. 2년 정도 분석하고 나서 논문의 내용이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후 제 이름을 걸고서 가치주 펀드도 시작했고요. 다행히 성과가 좋아서 2016년에 모닝스타가 전정한 부기 매니저에 선정되기도 했죠. 단한 편의 논문으로 시작해서 실제 성과까지 이어졌던 좋은 경험올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방법이 유일한 방법 이라고 생각하기는 않지만 이런 "장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추천해요
-p163~164 PERSON 05 퀀트는 개인화를 추구한다. 박원정 은행 퀀트 연구위원
일반적인 바이 사이드, 셀 사이드가 아닌 은행에서 일하는 퀀트가 되기 위한 경력 경로가 별도로 존재하는지도 궁금하
네요.
제가 처음부터 은행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쉽사리 답을 드리기 어렵네요(웃음). 저처럼 외부 전문가의 입장에서 일을 같이 하는 경우도 있고, 공채로 입사해서 본인의 역량을 키위 현재 저와 같이 일하는분들도 있어요. 사실 출신에 상관없이 늘 퀀트에 관심을 가지고 능력을 향상하다보면 기회가 오더라고요.
주니어들을 채용하기도 하고 그들과 같이 일할 기회가 많았을 텐데, 처음 권트에 진입하는 이들이 갖추면 좋을 마음가
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자산관리 서비스 업계는 몇몇 개인이 할수 있는 영역이 아니에요. 여러 유관 부서가 TF를 만들어 공동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죠. 같이 일하기에 좋은 사람인지가중요해요. 소통 능력이 중요하죠. 모나지 않고 두루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요. 굉장히 능력이 뛰어난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면 작업에 차질이 생기겠죠.
TF(Task Force): 상설 정규 부서 또는 조직과는 다르게, 특정 업무를 해결하거나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문가 등을 선발하여 '임시로 편성한 에드혹(Ad hoc)조직'을 의미한다
어떤 직업 윤리를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하겠다는 생각듭니다.
일단 사기 치면 안 돼요. 편드 매니저였을 때부터 업계 주변에서 워낙 많은 경각심을 일깨워줘요. 고객을 위하지 않은 부정적인 행위에 대해서 엄벌을 하잖아요. 미디어나 다른 회사 소식을 통해 접했던 터라. 운용업에 있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소위 윤리적인 사람들이 많아요. 이해상충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펀드를 오래 운용했으면서 본인 주식 거래는 한 번도 안해본분도 계시고(웃음).
은행업은 더 엄격한 부분이 있어요. B2C 분야다 보니 평판 리스크가 중요하거든요. 다양한 고객의 민원이 생기죠. 대제로 보수적 인 방향으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은행을 찾아온 고객 대부분이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 방문하기 때문이죠. 은행 고객에 맞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운영합니다.
마지막으로 퀀트 분야가 국내 시장에서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해 나갈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핀테크분야에 한정해서 답변 드릴게요. 알고리즘, 인공지능 퀀트에 대한 수요는 증대될 거예요. 문제는 도메인 지식이에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수는 없거든요. 계량 데이터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 나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큰문제로 다가오지 않을수 있겠지만, 이런 노력을 간과할 경우 사회 전체적인 모델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어요. 퀀트 영역에 계신 분들은 이 점을 꼭 명심하시길 바래요.
-p165~167 PERSON 05 퀀트는 개인화를 추구한다. 박원정 은행 퀀트 연구위원
주식뿐 아니라 FX분야도 경험했는데요. 퀀트를 어떻게 정의할지 궁금합니다.
퀀트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요. 투자자 입장에서 일관된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존재하면 모두 퀀트라고 봐요. 반드시 그 과정을 계량화할 수 없을지라도 자신만의 시스템이 존재할 수 있어요. 반복적으로 시스템을 사용해 투자한다면 설령 정성적인 분석을 한다고 하더라도 퀀트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현재 하고 있는 FX 시스템 트레이딩 업무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볼게요. 미국 달러화와 유럽 유로화는 역의 관계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통계 기법을 사용해서 그 패턴을 찾아내고, 거래 시장에 참여 하기 위한 시기도 머신러닝을 사용해서 찾아내는 식이죠. 분석하기 위한 시스템이 일관도거요. 이런 과정을 통틀어서 퀀트라고 수 있습니다.
보통 정량적인 분석을 권트와 동일하게 보는데, 정성적인 부분은 퀀트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분석의 영역에서는 정량 분석과 정성 분석을 나눠 사용할 수 있어요. 다만 투자 의사결정을 위한 과정이 체계화되어 있고 일관된다면 권트라고 볼수 있어요. 예전에 들었던 한 일화가 있어요. 월스트리트의 한 매니저가 투자할 때 장인어른 의견의 반대로만 투자했더니 성과가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장인어른이 체계적인 분석을 했을 리는 없고, 소문이나 뉴스를 통해 특정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테니 그 매니저는 끝물이라고 판단한 거예요. 하나의 시장 신호로 받아들
여서 투자한 거죠. 장인어른과 나누는 대화를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일관된 프로세스를 거처 의사결정을 했다고는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얼마큼 통계 기법을 사용하고, 얼마큼 정성적인 분석을 개입시켜야 퀀트분석이라 부를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p171~172 PERSON 06 퀀트는 일관된 의사결정 과정이다. 이민재 투자회사 퀀트운용역
보통 정량적인 분석을 퀀트와 동일하게 보는데, 정성적인 부분은 퀀트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분석의 영역에서는 정량 분석과 정성 분석을 나눠 사용할 수 있어요. 다만 투자 의사결정을 위한 과정이 체계화되어 있고 일관된다면 퀀트라고 볼수 있어요. 예전에 들었던 한 일화가 있어요. 월스트리트의 한 매니저가 투자할 때 장인어른 의견의 반대로만 투자했더니 성과가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장인어른이 체계적인 분석을 했을리는 없고, 소문이나 뉴스를 통해 특정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테니 그 매니저는 끝물이라고 판단한 거예요. 하나의 시장 신호로 받아들여서 투자한 거죠. 장인어른과 나누는 대화를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일관된 프로세스를 거쳐 의사결정을 했다고는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얼마큼 통계 기법을 사용하고, 얼만큼 정성적인 분석을 개입시켜야 퀀트분석이라 부를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p173 PERSON 06 퀀트는 일관된 의사결정 과정이다. 이민재 투자회사 퀀트운용역
자산군별로 효율적 시장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겠네요.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효율에서 벌어져요. 딜러와 같은 전문 투자자 비중이 높을수록 정보의 격차가 작다 보니 시장이 효율적이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시간이라고 봐요. 장기로 갈수록 효율적 이에요. 단기로는 구조적으로 가격 괴리가 발생하는 상황이 자주 생겨요. 이를 포착하는 영역이 시스템 트레이딩 분야 권트입니다.
암호화폐 트레이딩 시장의 고유한 특성도 있겠죠.
2007년만 해도 국내에 많은 시스템 트레이더가 있었는데, 주식 등 전통적인 자산의 제도적 한계 때문에 해외로 진출하기가 어려워서 많이 줄었어요. 시장의 규모가 작아졌죠. 암호화폐는 그렇지 않아요. 해외에서도 동일한 상품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어요. 전 세계 수 많은 거래소에서 동일한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거죠.
지금까지는 국내 시사 트레이더의 활동범위가 한정되어 있었다면, 암호화폐 시장을 통해 해외에서 활약할 기회가 많아졌이요.
오히려 암호화폐 시장에는 전통적 자산 영역보다 기법의 성숙도가 많이 뒤처져 있어요.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고요. 제도권 금융사가 진입하는데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법이 낙후되었죠. 하지만 이점이 기회가 되어서 암호화폐 트레이딩에 대한 노하우와 실력을 쌓는다면 국내 트레이더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금융 시장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한계점이 있는지 궁
금합니다.
머신러닝 기술은 패턴을 찾아내는 것에 불과해요. 패턴이 있다면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빠르게 많은 데이터를 분석할수 있죠. 이미 예전부터 상용화된 머신러닝 도구를 적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금융 시장에는 패턴보다 무작위 움직임이 훨씬 더 많다는 점 이 중요해요. 아무리 발전된 딥러닝 기술을 가져와 봤자 패턴이 없기 때문에 무의미하거든요. 분석 기간의 범위를 짧게 잡을수록 유효해집니다. 저도 단기적인 트레이딩 시점을 찾아낼 때 인공지능 기술을 일부 사용합니다. HFT 영역에서 주식 거래량을 분석하면 분명하게 패턴이 보이거든요.
-p182~184 PERSON 06 퀀트는 일관된 의사결정 과정이다. 이민재 투자회사 퀀트운용역
도움이 될 만한 도서가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저는 책보다는 여러 해외 커뮤니티를 보며 정보를 습득하는 타입인데(웃음). 대학생 때 재미 있게 봤던 책은 <천재들의 실패(When Genius Failed: The Rise and Fall of Long-Term Capital Management)>에요. LTCM 사태와 관련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금융 공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의 책이나 잭 슈웨거(Jack D.
Schwager)의 시장의 마법사들: 세계 최고의 트레이더들과 나눈 대화(Market Wizards)>도 읽있어요. 투자 아이디어나 영감을 많이 얻었죠.
-p187 PERSON 06 퀀트는 일관된 의사결정 과정이다. 이민재 투자회사 퀀트운용역
마지막으로 퀀트 분야로 취업을 고민하거나 퀀트 기법을 사용해 투자를 원하는 여러 시장 참여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퀀트가 대중화되있고, 국내 시장도 퀀트의 비중이 점차 커질 거예요.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어요. 느낌에 따라 무분별하게 투자하기 보다 시스템을 갖추고서 일관된 투자를 한다면 수익을 낼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도구도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고요.
과거에는 정성적인 분식이 더 중요했습니다. 정보의 격치가 있었거든요. 애널리스트가 기업 담방을 해서 얻는 정보나 암암리에 만연했던 내부자 정보가 존재했죠. 금융 시장이 선진화되면 그런 정보들은 사라지게 되고 퀀트 분석이 장점을 발휘하게 돼요. 데이터 분석 등 본인만의 역량을 쌓아서 도전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p189 PERSON 06 퀀트는 일관된 의사결정 과정이다. 이민재 투자회사 퀀트운용역
<Quantitatjve Equity Portfolio Management: An Active Approach to Portfolio Construction and Management>도 직접 저술하셨죠.
퀀트 방식에 따라 주식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방법을 설명한 책이에요. 제가 책을 쓰기 이전에 리처드 그리늘드(Richard Grinold)와 로날드 칸(RonaId Kahn)이 쓴 <Active Portfolio Management: A Quantitative Approach for Producing Superior Returns and Controlling RISk>라는 유명한 책이 있었어요. 퀀트 업계에서는 성경처럼 읽히는
책이에요. 저와 공저자가 그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너무 어렵다'였어요. 추상적으로 쓰여 있어서 책을 보고서 실제 투자 포트폴리오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매뉴얼처럼 펴 놓고 따라 하면 포트폴리오와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집필했어요.
자세한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비교적 성공했다고 보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팩터 모형에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취지가 팩더 모형만 이아기히는 것은 아니었는데 당시 제가 주로 사용하던 방식이 팩터 모형이다 보니. 차라리 책 제목을 '팩터 모형'으로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웃음).
팩터 모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들이 읽으면 '제목은 다르게 짓고서 팩터 모형 위주다라는 불만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p198 PERSON 07 퀀트는 임의성을 배제한다. 김대환 경제학 교수
경제를 연구하는 입장이다 보니, 바텀업 분석보다 매크로 변수 위주의 탑다운 분석을 선호할 것 같습니다.
경제학적 팩터를 주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하고 답을 드릴게요.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있어요. 거시 요인으로는 힘들다는 것이 결론이에요(웃음). 회사에 있을 때도 이에 대해 팀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업종 구별이 중요한지 스타일이 중요한지 말이죠. 한쪽에서는 업종을 나눠서 분석하는 모형을 유용하다고 하고, 다른 팀에서는 밸류와 같은 스타일 요인이 중요하다고 했죠. 업종, 국가 등을 구별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학계의 오래된 의견이에요. GDP, 인플레이션 등 매크로 요인을 사용해 분석해 봐도 성과가 좋지 않아요.
그렇다면 바텀업 방식이 유효하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건 또 다른 이야기예요. 모형을 만들 때 거시 팩터와 시장 팩터 중 어떤 요인을 사용해서 모형을 만들지 의사 결정할 때 후자를 선택한다는 의미 였어요. 바텀 업과 탑다운 접근 방식의 차이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죠.
제가 설명하는 팩터 모형은 탑다운에 가까워요.
바텀업 방식도 팩터 모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어려워요. 현업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는 해요. 바텀 업으로 시작해서 팩터 모형이나 리스크 모형을 가장 마지막에 적용하는 식이죠. 다만 어려운 방식이에요. 이 또한 오래된 논의 중 하나죠. 알파 모형과 리스크 모형을 나눠 봤을 때 알파 모형으로 모든 전락을 정 의하면 리스크 모형으로는 월 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할 수 있거든요. 알파 모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는대 리스크를 낮추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해지죠. 그래서 알파 모형을 다루는 매니저와 리스크 모형을 다루는 매니저가 협업하는 경우 재밌는 현상이 나타나요. 역할 분담이 불분명하거든요. 알파 모형으로 종목 을 고르고 리스크 모형으로 가중치를 조절하는 것이 본래 아이디어인 듯한데, 사실 종목을 고르는 것과 가중치를 조절하는 것이 다른 일이 아니거든요. 같은 작업을 두 갈래로 나눠서 하다 보면 결국 충돌이 발생하겠죠? 기관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보통 알파 모형을 다루는 분들의 목소리가 더 커요(웃음). 둘 사이에서 일어 나는 갈등은규꼬가큰 기관의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p203~204 PERSON 07 퀀트는 임의성을 배제한다. 김대환 경제학 교수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에요.
모멘텀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모형이 많거든요. 시장이 좋을 때는 모멘텀 수익률도 높고 나쁠 때는 수익률도 낮아지다 보니, 권트 모형이라고 해도 모멘텀이 절반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면 시장에 따라 모형의 수익률이 달라지는 양상은 피하기 어려워요.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모형을 바꿔야 하는 거 아냐? 하고 고민하게 되죠. 그렇게 모형을 바꾸다 보면 가격 이 높을 때 사고 낮을 때 팔게 되는 상황이 발생해요. 모멘텀 요소는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믿을 만한 모형을 사
용하는 것이 좋겠죠. 현재 시장 상황이 어떠해서 특정 모형의 수익률이 좋을 것 같다고 선택하는 방법은 좋지 않다고 봐요.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면 에처 설정한 아이디어에 의문을 제기해야지 실시간으로 모형을 바꾸는 건 적절하지 않아요.
퀀트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도 존재합니다. 과거 데이터를 사용해 분석하면 미래에도 해당 전략이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을 확률이 높지 않겠냐는 거죠.
과거 데이터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추출해내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 같아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 낸 기업 특성이 무엇인지 찾아 낸다고 해도 이 전략이 앞으로의 10년 동안 동일하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저도 생각하지 않거든요. 전형적인 데이터 마이닝 방법이죠.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면 과거 데이터가 미래 실적에 대한 좋은 지표가 아니라는 비판이 적용될 수 있어요. 과거 지표가 바람직하게 활용되려면 우선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존재해야 돼요. 데이터로 아이디어를 확인해 보는 과정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p205~206 PERSON 07 퀀트는 임의성을 배제한다. 김대환 경제학 교수
팩터 모형 등 여러 퀀트 기법이 있을 텐데요.
팩터 모형은 여러 종목, 여러 자산의 움직임이 소수의 변수에 의해 설명이 기능하다는 전제하에 모형을 만드는 방법이에요. 설명해야 할 변수는 수백, 수천, 떄로는 수만 개가 되는데 이 모형은3개, 4개, 5개 등 적은 수의 변수로 만들어 전체를 설명하죠. 일단 모형을 만들어 놓고 나면 굉장히 체계적인 분석을 진행할수 있다는 게 장점 이에요. 수익률의 분포처럼 좀 더 복잡한 개념을 다를수 있죠. 완결된 모형 이에요. 모형이 만들어지면 해당 모형으로만 분석하면 돼요.
덜 완결된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요. 스크리닝이나 랭킹이에요. 예를 들어 'CEO가 MBA 출신이면 수익률이 높다'라는 가설을 조건으로 설정하고 해당 조건에 포함된 기업들만 추려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어요. 하지만 완결된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중간 중간 개인의 의견이 들어가요. 리스트를 만들고 나면 포트폴리오 가중치를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답이 없거든요. 마음에 드는 기업에 더 많이 가중치를 줄 수도 있죠. 임의적인 의사결정의 비중이 높은 방법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국내 여러 금융사도 딥러닝을 실무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죠. 딥러닝 기술
이 권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한계성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비관적인 의견이에요. 전통적인 통계분석 기법에서 딥러닝을 바라보면, 기존 모형에다 많은 수의 파라미터를 더해 놓은 모형으로 볼 수 있어요. 팩터 모형을 예로 들어 볼게요. 1천 개의 종목과 3개의 변수가 있다면 대략 3천 개의 매개변수가 생성되는데, 딥러닝에서는 30만 개의 매개변수를 활용하는 더 일반적인 모형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볼수 있어요. 데이터 양은 같은데 매개변수 수가 많아지면 추정이 잘 안되거요.
딥러닝이라는 패러다임 자제가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딥러닝의 기본이 되는 인공 신경망에 대한 아이디어는 예전부터 금융권에 접목하려고 했었어요. 1980년대부터 시도했는데 결과가 별로였죠. 이후 관심이 식었다가 같은 아이디어가 용어만 바뀌어 계속 등장하는 형국이죠. 이런 측면에서 의심이 들어요.
차이가 있다면 패러다임보다 데이터의 양이라고 봐요. 데이터의 양이 크게 늘었어요. 양뿐 아니라 유형도 다양해지고그 데이터를 쉽게 구할수 있게 됐죠. 상황이 변하면서 예전에 안됐던 분석이 현재에는 잘 될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한다고 봐요. 다만 모형의 패러다임은 큰 차이가 없으니 딥러닝이 아닌 기존 모형을 데이터에 맞춰 개선해 나가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을수 있다는 거죠. 의견이 많이 나뉘는 부분이에요. 딥러닝 기술의 효괴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매개변수(Parameter): 수학과 통계학에서 어떤 시스템이나 함수의 특정한 성질을 나타내는 변수를 의미한다.
-p210~211 PERSON 07 퀀트는 임의성을 배제한다. 김대환 경제학 교수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군별로 권트에 관한 연구로 볼 수도 있겠네요. 주식이야 워낙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요즘에는 부동산이나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주식과 비교했을 때 대체자산 시장은 어떤 면에서 보면 덜 발달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퀀트 전략을 적용했을 때 초과 수익을 낼 기능성 이 높죠. 반면 데이터가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분석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어요. 두 모습 모두 나타나요. 대체자산 시장은 초기 주식 시장의 모습처럼 시장의 비효율성이 자주 나타나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이 높아요. 그런데 막상 퀀트전략을 사용하려고 들여다보면 데이터의 질이 무척 떨어집니다. 어려운 시장이에요. 어려우니까 수익
률이 높은 거겠죠. 부동산 시장은 동일 물건이 계속 거래되는 시장이 아니다 보니까 사람들이 만들어 둔 가격 자료가 진짜 가격 자료가 아니거든요. 변동성을 계산해도 믿을 수 없고요. 이런 점들을 무시하고 분석하면 위험해요. 여러 문제점을 고려하면서 작업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해서 쉽지 않은 작업이 될 테고요.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 이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작업하려면 무리한 결론이 나을 수 있죠.
주식, 채권, 외환, 상품선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연구는 많이들 해요. 제가 직접 하지는 않지만 주변에 암호 화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분도 있어요. 이렇게 많은 분야에 대한 연구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이유는 동일한 분석 방법이 다른 분야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214~215 PERSON 07 퀀트는 임의성을 배제한다. 김대환 경제학 교수
소위 문과 출신들은 권트 분야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어요.
저도 문과 출신이거든요(웃음). 컴퓨터를 이용해서 수학 계산을 하는 건 점점 쉬위지고 있어요. 계산 능력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경제학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경제학을 잘 한다고. 그런데 이건 들린 말이에요. 수학을 잘 한다고 경제학을 잘하는 것은 아니고, 경제학을 잘하는 사람이 수학을 잘한다고 해야 맞는 말이 에요. 구체적인 수학 지식이나 기법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 능력 이 뛰어난 사람이 경제학을 잘하거든요.
퀀트도 마찬가지 예요. 프로그래밍과 수학 능력보다는 논리적 사고 능력이 중요해요. 문과라고 해서 이과에 뒤처질 이후는 없다고 봐요. 다만 문과 전공자 중에는 논리적 사고 능력보다 다른 능력이, 이과 전공자 중에는 다른 능력보다 논리적 사고 능력 이 뛰어난 친구들이 많다 보니까 비중이 나뉘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퀀트 전문가 중에 이과 출신 비중이 절반을 넘긴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죠. 문과여서 한계가 있다기보다 논리적 사고를 잘하는 학생들이 이과 계열로 많이 진학했기 때문에 권트와 적합한 사람들이 많을 뿐 이에요. 문과 전공자 중에도 권트에 잘 맞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p217 PERSON 07 퀀트는 임의성을 배제한다. 김대환 경제학 교수
마지막으로 국내 시장에서 퀀트 분야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앞서 말했던 내용과 같은 맥락이에요. 간접 투자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늘어나길 바라요. 간접 투자를 담당하는 자산운용업에서 권트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거예요. 이에 대한 답변은 쉬운데 정작 어려운 질문은 액티브 투자에 대한 부분이에요. 액티브 투자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분명 중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대부분은 퀀트로 이뤄질 거예요. 하지만 액티브 투자 비중이 커져서 주류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패시브 투자 영역과 액티브 투자 영역 모두에서 퀀트가 담당하는 역할이 분명 있을 기예요. 퀀트 전문가에 대한 보상은 점차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데이터 비용, 컴퓨터 비용이 내려가고 작업도 쉬워지고 퀀트를 할수 있는 사람도 늘어날 테니까요. 엄청난 고소득 직종으로 남기보다 일반 엔지니어 직종과 같은 모습으로 이어지겠다는 생각입니다.
-p223 PERSON 07 퀀트는 임의성을 배제한다. 김대환 경제학 교수
활용도가 높은 퀀트에도 단점은 있을 텐데요.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 퀀트의 가장 단점입니다.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한 권트 모델은 더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모델을 설계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가 얼마나 패러다임 변화에 취약한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죠.
-p228 PERSON 08 퀀트는 전천후다. 안혁 증권사 퀀트 애널리스트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투자하는 시도는 어쩌면 도로 표지판과 신호 체계가 수시로 바뀌는 도시에서 지을주행차를 모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수 있어요. '30년 치 경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해서 향후 2, 3 년간의 시장을 예측'하는 분야보다 '1개월 거래 데이터를분석해 향후 일주일의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분야가 인공지능에 더 잘 맞는다는 말이죠. 30년 치 경제 데이터에는 수 많은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지만, 1개월 거래 데이터에는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날 기능성이 적기 때문입니다. 금융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시용하러면 미시적 데이터가 변하지 않거나 자동화가 필요한 분야에 선택적으로 적용히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인공지능은 금융서비스 분야에 적합하다고 봅니다. 실제 사례가 있어요. 미국의 한 데이터 업체에서는 실적 발표 시즌의 콘퍼런스콜을 인공 지능으로 분석해 회사에 대한 경영진의 향후전망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다시 말해 콘퍼런스 콜 녹취록을 바탕으로 '이 회사의 경영진은 1년 뒤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대라고 분석하는 식이죠. 하루에 200개가 넘는 기업이 동시에 실적 발표를 할 때 사람이 녹취록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수고를 덜어 줄
수 있어요. 200개 기업 중20개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준다고 하면 실제 투자자는 그 20개 기업을 심도 있게 분석하면 되죠.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 셀 사이드 비즈니스라면 충분히 사업성 있지 않을까요.
블록딜(Block deal): 증권시장에서 정규거래시간외에 이뤄지는 대규모 주식 거래를 의미한다. 시간 외 대량매매로도 불리며 대주주 외국인, 기관 등이 주로 활용하는 매매 방식이다.
-p232 PERSON 08 퀀트는 전천후다. 안혁 증권사 퀀트 애널리스트
같은 맥락에서 효율적시장가설(EMH)이 실제 투자 분석을 하는 데에 중요한 논점이 될 수 있겠네요.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자산은 대체적으로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유, 달러, 금과 같이 전 세계 사람들이 24시간주시히는자산들이 효율성이 높은시장이죠. 반대로 하루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 주식은 비효율성이 높습니다. 그런 면에서 시장의 비효율성을 체계적으로 잡아내는 권트 모델은 중소형 주식 분석에 효과적이에요.
저는 오히려 한 모델의 정확성보다 여러 모델이 어울려 총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의 분산 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하나의 모델은 존재하지 않아요. 여러 특성을 가진 모델을 결합하는 노하우가 중요합니다. 어떤 모델을 만들었을 때 백테스팅 결과가 연 6% 수익률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이때 사람들은세부조건을조정해 연 10% 수익률이 나오도록 최적화 단계를 밟으려고 해요. 바로 과최적화(Overfltting)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는 기존 모텔을 바꾸기보다 다른 성 격을 갖고 있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 힘을 쏟습니다. 다양한 전략으로 구성 된 포트폴리오가 하나의 정교한 모델보다 유수한 수익률을 보여 주기 때문이죠.
-p239 PERSON 08 퀀트는 전천후다. 안혁 증권사 퀀트 애널리스트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나요?
제가 쓴 <프로아구 명감독이 주식투자를 한다면 추천드려요(웃음). 권트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아구 통계라고 불리는 세이버메트릭자를 이용해 주식을 분석한 책입니다. 에드워드소프(Edward 0. Thorp)가 저술한 <딜러를 이겨라(Beat The Dealer: A Winning Strategy For The Game of Twenty-one)>도 추천합니다. 제가 한국어판을 감수했는데 미국 교수가 수학을 사용해 카지노에서 돈을 벌었던 영화 〈21>의 원작이기도 해요. 권용진 대표가 쓴 <인공지능 투자가 권트>도 도움이 될 거예요. 미국 금융 시장의 권트 모습을 잘 그렸어요. 쉽게 읽히면서도 깊이가 있는 책입니다.
세이비미트릭스(sabermetrics): 아구에 게임 이론과 통계학적 방법론을 적극 도입하여 기존 야구 기록의 부실한 부분을 보완하고 선수의 가치를 비롯한 '아구의 본질'에 대해 좀 더 학문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하는 방법론이다. 기존 주먹구구식 선수 평가론을 전면 부정하고, 아구 선수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위해 된 이론이다.
일반 개인 투자자가 전문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접할 때 어떤 점을 유의해서 봐야 할까요?
사실 퀀트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아무리 쉽게 써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도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데 숫자와 계량 모텔을 다루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퀀트에 관심 있는 개인 투자자라면 보고서에서 다루는 모델에 관해 시간을 들여 공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고서에서 다룬 모델은 애널리스트가 테스트한 수많은 모델 중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뽑아낸 거예요. 퀀트 입문자의 시행 착오를 줄여 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보고서의 아이디어를 참고해 본인만의 투자 모델을 개발해 보길 추천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적합한 모델을 찾는 데 오래 된 금융 교과서나 책보다 도움이 될 겁니다.
-p243 PERSON 08 퀀트는 전천후다. 안혁 증권사 퀀트 애널리스트
대표님은 주로 어떤 분석 방법을 사용했나요?
예전에는 밸류와 함께 모멘텀 팩터를 굉장히 믾이 봤어요. 기업의 이익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민감하게 파악해서 이익이 상승하는 종목들을 선호했죠. 최근에 성장 가치가 존재하는 종목 발굴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밸류 트랩에 빠진 저평가보다는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있는 종목들을 찾으려고 해요.
매크로 차원의 변화도 얽혀 있어요. 과거 한국 경제가 정상적인 성장을 보였을 때는 우직한 가치 위주 투자의 성공 확률이 높았습니다. 미운 오리가 많았더라도 경제가 좋으면 미운 오리 몇 마리는 정신 차리고 놀라운 백조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런데 경기가 장기 저성장에 빠지다 보니 미운 오리가 정신을 차려도 백조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겁니다.
이에 따라 여러 전문가가 딥 밸류에 있는기업들 성과를 어떻게 해석해아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리처드 번스타인(Richard Bernstein)의 <스타일 투자 전략(style Investing: Unique Insight Into Equity Management)>이라는 퀀트의 고전을 보면 '시장의 희소가치가 무엇 인지 생각해야 된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저는 지나치게 딥 밸류에 있는 종목들보다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받은 기업들 중 성장성을 보유한 기업들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는 운용 규모가 커지고 모멘텀 전략 실행이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한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p266 PERSON 09 퀀트는 넓고 자유롭다. 이기봉 투자회사 대표
퀀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퀀트가 만능인 것처럼 포장되기도 합니다. 퀀트 기법을 사용하면 무조건 대박이 난다
고 오해할 여지가 있는 만큼 실패 사려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위런 버핏이 예전에 했던 말이 있어요. 적당한 회사의 주식을 아주 낮은 가격에 사는 것보다 멋진 회사의 주식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좋다고요. 예전의 저는 위런 버핏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를 못했어요.
애널리스트 시절 적당한 회사의 주식을 아주 낮은 가격에 사는 모델을 백테스팅 하면 수익률이 무척 좋았거든요. 무엇보다 당시는 시장 상황이 좋았어요. 결국 2011년에 직접 운용하고 싶어서 삼성증권 프랍 부서에서 일하기 시작했죠. 권트에 관심이 많은 분은 이 말만 들어도 아마 한숨을 쉬실 거예요(웃음).
2011년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나 싫어하는 IFRS 회계 기준이 한국에 처음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시점 입니다. 저는 지금도 IFRS 도입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2011년 초반에는 몇 년 전 리먼사태에 따른 대공황의 공포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나가면서 새로운 희망의 분위기가 점차 형성되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터졌어요. 2011년 9월을 전후로 유럽 신용 위기, 미국 신용등급 조정 이 차례로 발생하면서 금융 시장이
난리도 아니 있죠. 30년 넘게 글로벌 시장에서 트레이딩의 대가로 알려진 분이 본인 생애에 이렇게 폭력적인 시장은 처음 봤다고 업로드한 포스팅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전 세계 퀀트를 포함한 대부분의 펀드 성과가 좋지 않았고 제가 개발했던 모델도 갑자기 성과가 나빠졌어요. 그전까지 운용 성과가 좋아서 자신감도 생기고 많은 동기부여를 얻었는데, 큰 악재가 생기니 대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늘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많이 생기는 편입니다(웃
음).
위런 버핏이 말했던 담배꽁초 투자 방식의 위험을 온 몸으로 이해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좋은 교훈을 몇 가지 얻었어요. 권트가좋은 접근 방식이지만 금융 시장에 성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하나의 전략을 절대적으로 믿으면 안 되고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거나 위험 관리를 감당할 수준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점, 정신력 이 흔들렸을 때 스스로 추스를 수 있는 능력 이 퀀트에게도 매우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잭 슈웨거가 쓴 시장의 마법사들: 세계 최고의 트
레이더들과 니눈 대화>에서 수많은 시장의 구루들도 대부분 한 번 이상 이러한 실패를 겪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어요. 역시 이론으로 익히는 것과 실제 시장에서 싸우는 경험은 많은 차이가 있니는 사실을 힘들게 배웠습니다. 시장도 경험이 매우 중요한 산업입니다.
딥밸류(Deep value): 종목의 밸류에이션지표를 산출한 후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 대비 가치가 현저하게 높은 주식을 말한다.
-p267~270 PERSON 09 퀀트는 넓고 자유롭다. 이기봉 투자회사 대표
여러 퀀트 전문가가 꼽는 권트의 장점 중 하나가 룰 베이스 (Rule-based) 투자 방법이라는 특성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 앤드류 로(Andrew W. Lo) 교수님이 계세요. 직접 헤지펀드도 운용하는 훌륭한 분이에요. 그분이 금융 위기를 앞둔 2007년에 10년 후 2017년이 되면 권트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해 보는 자료를 발표한 적이 있어요. 권트는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죠. 여러 기법과 컴퓨터 관련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과거의 알파가 10년 후에도 존재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봤던 거죠. 현재 그대로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매크로 지표도 불확실성이 높고. 이런 상황에서 정신력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매우 탄탄한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행운이거나 오해일 거예요. 행운이면 좋겠지만 오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이 변화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과기의 결과물로 현재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죠.
2018년 12월 21일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에 '시장 추세에 급격한 반전이 대형 퀀트 펀드들의 성과를 해쳤다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지금도 시장에서 존경받는 유명 퀀트 회사들의 저조한 성과가 주제였어요. '솔직히 말하면 올해 아무 것도 작동하지 않았어요'라는 자조적인 퀀트 헤지펀드 매니저의 인터뷰가 기억납니다. 낯선 모습이 아니에요. 전 세계에서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은용하는 퀀트 펀드들도 최근에는 쉽지 않은 시장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과거에 작동했던 방법이 미래에도 잘 적용될 것인지 생각할때 쉽지 않지만 역시 시장의 변화와 경제 환경을 조심스럽게 봐야합니다.
그래서 전 이대로만 하면 미래에 매년 몇십 퍼센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을 접하면 우선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고그 주장이 옳다 하더라도 실행 기능한 조건이 까다로울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벤저민 그레이이 이야기한 순현금 가치가 시장 가치보다 높은 주식들이있죠. 그런 주식들이 가끔 시장에 등장해요. 그런데 매수하려고 하면 거래가 잘 안 돼요.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그 주식 이 저렴하다는 사실을 다 알아요. 제3의 투자자도 매수하려고 하면 지속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야 돼요. 매도하려면 끌어내려야 하고요. 운용 규모가 10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적용하기 힘든 전략입니다.
룰 베이스는 분명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투자 철학, 그리고 운용하는 규모의 적합성, 기다릴 수 있는 시간 등을 모두 고려한 다음 선택해야해요.
순현금 가치(Net cash value): 한 기업의 회계 장부상 부채를 모두 갚고 손에 쥘 수 있는 실제 현금 가치를 계산한 금액을 말한다.
-p272 PERSON 09 퀀트는 넓고 자유롭다. 이기봉 투자회사 대표
앞서 언급했듯이, 과거의 데이터로 미래를 추정할 수 밖에 없다 보니 권트 분석 방법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인데요. 과거 데이 터를 이용해서 다변수 회귀 모형을 돌렸는데 앞으로도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는 거죠.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에요. 수많은 데 이 터를 가지고 분석하다 보면 우연에 근거해 성과가 좋은 모델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는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데이터 스누핑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데이비드 라인웨버(David. J. Leinweber)가 쓴 <Nerds on Wall Street: Math, Machines and Wired Markets>라는 책에 소개된 용어 입니다. 저자가 많은 데이터를 다루다 우연히 스리랑카 목장에 있는 소 개체 수와 미국 S&P지수의 상관관계가 99.990%라는 농담 식의 연구 결과를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연구를 접한 한 미국 기자가 주식 시장을 예측하려면 스리랑카의 소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기사를 썼나 봐요. 난리가 났죠. 유명한 데이터 스누핑의 사례 이고, 실제로 많은 통계 전공자가 데이터 마이닝 형태의 접근 방식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분명 데이터 스누핑이 존재하지만 수백, 수천 개 모델을 엄격한 제약하에 동시에 작동시키면 의미 있는 요인을 찾아내서 평균적인 성과가 좋아질 것이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반면 저처럼 예전 방식에 익숙한 전문가들은 과거에 발생한 사건에서 경제적인 이유를 갖아내어 말이 된다 싶을 때 적용을 해요. 합리적인 특성을 찾아내서 미래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최소한의 이론적 근거를 도출해 내야 그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거죠.
과거의 일이 미래에도 동일하게 반복된다고 예측하는 건 다소 위험합니다. 하지만 <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을 쓴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이런 말을 했어요. '과거는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을지라도, 분명 그 운율은 반복된다라고.
과거의 일이 동일하게 재현된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투자자들의 행태는 변하지 않아서 미래에 어느 정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죠. 사실 이는 퀀트뿐 아니라 모든 투자자의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스누핑(Data snooping): 분석을 검증하기 위한 데이터 패턴을 일반화하여 매우 낙관적인 추정을 하는 오류를 의미한다.
-p273~274 PERSON 09 퀀트는 넓고 자유롭다. 이기봉 투자회사 대표
학계와 실무에서 논쟁이 되는 주제 중 하나가 효율적시장가설(EMH)에 대한 부분입니다.
저는 대체로 EMH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규모가 커지면 원하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EMH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즉 시장 초과수익을 단기적으로 발생시카기 힘들어지는 거죠. 따라서 대형 편드는 어느 정도 EMH를 가정하고서 운-통하는 게 편할 듯하고, 개인 투자자라면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돼요. 워런 버핏도 EMH를 굉장히 싫어하기로 유명하잖아요.
요즘은 여러 이유로 과거보다 시장 효율성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EMH를 믿기에는 아직 불안정한 면이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시장 버블이 발생할 때가 있잖아요. 바이오 업체가 신약을 개발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팔릴지도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만들어 주는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됩니다. 반대로 나쁜 뉴스에 시장이 과민 반응하면서 너무 저평가된 주식들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여전히 시장이 이상하게 움직일 때가 있어요. 이러한 노이즈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상쇄되어 장기 적으로는 EMH가 작동할 수 있겠지만, 저는 EMH를 믿지 않아요.
듀얼모멘텀(Dual momentum): 투자자산 가운데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곳에 투자하는 상대 모멘텀에다 투자 자산의 절대적 상승세를 평가한 절대 모멘텀을 결합해 위험을 추가로 관리하는 투자전략이다
-p276~277 PERSON 09 퀀트는 넓고 자유롭다. 이기봉 투자회사 대표
하나의 큰 산업 분야가 될 정도로 성장한 인공지능 기술이 금융 업계에도 적용되고 있을까요? 적용되고 있다 해도 한
계점이 분명 존재하겠죠.
우선 금융 자동화와 투자는 구분해아 합니다. 자동화 부문은 AI가 많이 도입 되었습니다. 향후 직업이 가장 많이 없어질 부문이 금융 오퍼레이션 인력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투자에도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는 시도와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재미 있는 점은 아직 인공지능을 활용해 의미 있는 알파를 찾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설령 시뮬레이션 결과가 매우 좋다고 해도 데이터 스누핑의 기능성이 높아요. 수없이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도출한 결과를 보면 우연일 수도 있고 시장 국면이 바뀌는 지점일 수도 있어요.
인공지능은 학습된 영역(Domain) 내에서는 잘 작동해요. 하지만 학습되지 않은 영역에서는 힘들죠. 끊임 없이 변화하는 금융 시장에는 학습되지 않은 데이터가 정말 많이 생겨요. 인공지능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위요. 바둑은 게임의 룰이 정해져 있잖아요. 룰 안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변화는 대체로 예측 가능하고 대응할 수 있어요. 최적화의 문제죠. 그런데 바둑을 두다가 갑자기 장기판으로 룰이 변하면 인공지능도 잘 몰라요. 지을주행차도 이 -부문이 큰 화두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회사가 있다면 구글일 거예요. 금융 관련 데이 터를 다를 수 있는 좋은 도구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구글이 금융업으로 진출하면 기존 금융시들은 정말 힘들어지겠구나'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워낙 방대한 데이터를 갖춘 데다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많으니. 다만 예전에 구글에 다니는 박사 한 분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구글은 생태계를 만드는데 관심이 많아서 금융업에는 진출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더군요. 남에게 욕먹을 짓 싫어한
다면서(웃음). 이런 맥락에서 인공지능이 금융, 특히 투자 부문에 제대로 적용되는 시기가 언제 올지 아직
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p281 PERSON 09 퀀트는 넓고 자유롭다. 이기봉 투자회사 대표
책정보, 더퍼슨스(the Persons) No. 1: 퀀트(Quant)(개정판) : 네이버 책 (naver.com)
'독서 연구팀 > 재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48번째 책『네이버 증권으로 배우는 주식투자 실전가이드북(개정증보판)』 (0) | 2021.03.14 |
---|---|
#47번째 책『종목탐색기 활용, 주식 투자로 100억 원 벌기』자동 매매기법 (0) | 2021.02.28 |
#45번째 책『급등주의 8할은 작전주 패턴으로 움직인다』 (0) | 2020.12.22 |
#44번째 책『선물주는 산타의 주식투자시크릿』 (0) | 2020.09.11 |
#43번째 책『나의 월급 독립 프로젝트』 (0) | 2020.07.31 |